2017년 1월 7일 토요일

손님 - 황석영

악몽은 사실이지만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 생생함을 잃어버린 말은 또한 얼마나 가벼운가. 수십 수백번 거듭된 말은 마치 타버린 책의 종잇장처럼 검게 일그러져 허공에 떠서 나풀거리고 있었다. 거기 찍혔던 활자와 의미는 재가 되고 먼지가 되어버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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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은 타자기의 활자체 글씨처럼 단문이 되어 요섭의 현재와 과거를 찍으면서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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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양쪽이 모두 어렸다고 생각한다. 더 자라서 사람 사는 일은 좀더 복잡하고 서로 이해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어야만 했다. 지상의 일은 역시 물질에 근거하여 땀 흘려 근로하고 그것을 베풀고 남과 나누어 누리는 일이며, 그것이 정의로워야 하늘에 떳떳한 신앙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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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우리는 문화선전대야. 부대마다 찾아다니면서 위문공연을 해요.
나는 이 전쟁에서 그네들에게 아무 죄거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형이나 그의 동무들 못지않은 판단이 있고 그네들을 지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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