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2일 목요일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건축을 업으로 삶는 사람의 여행기 쯤 되는 책이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자신은 태어나기전 부터 기독교인이라는 고백을 한다.  순간 아차 싶었다. 책 전체가 기독교 색을 가진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수용하며 종교에 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만난 건축물에 대한 자신의 성찰과 느낌을 풀어 쓰고 있다. 글의 문장에서 건축에 대한 열정이 엿볼수 있다. 건축학도임에도 불구하고 참 글을 잘 쓰는것 같다.
중간중간 사진도 많이 많아 건축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렇다면 건축을 어떻게 보아야 그 본질에 대해 알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공간의 조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의 외관이란 내부 공간을 감싼 결과일 뿐이어서 부차적인 것이다. 공간의 조직이란 우리가 '사는 방법' 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집의 거실과 주방, 침실 등을 얼마만큼 크게 하고 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건축설계라는 것은 우리 삶을 조직하는 일이며, 건축은 어디까지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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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골목길 속을 탐색하며 그 속에 기록된 수없이 많은 역사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이 완성한 건축의 아름다움, 그 일상의 미학을 만끽했다. 그렇다. 여행이란 공간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얻는 삶에 대한 성찰임을 다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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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미로를 제거하고 직선의 길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기능적이고 편리한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그런 편리라는 말이 행복한 삶과 동의어가 아니며, 더욱이 우리가 살아야 할 지혜로운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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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이곳을 또 가고자 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이라고 변한게 하나도 없을 게 분명하다. 소란한 우리 땅에 이 악물고 살아야 한 내가 오히려 변했을 터이니 변함없을 페즈에 투영된 내 자신이 궁금했던 것이다. 여행이란 대상이 된 사물을 보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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